25평 대지에 4채의 집을 짓다

82.64m²(25평) 대지에 비스듬히 4채의 집을 쌓다
도쿄 이타바시구의 Tokyo Apartment

"좁은 대지에 유니크한 아파트를 만들고자, 4채의 집이 조금씩 엇갈리게 반 층씩 쌓고 또 쌓는 스킵플로어(Skip Floor) 방식으로 집을 지었어요. 블록 장난감처럼 재미있는 외관 덕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요."

'Tokyo Apartment'는 좁은 대지에도 디자인이 가미된 공동주택 건축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고타케무카이하라 역에 내려 10분쯤 걸으면 겹겹이 쌓인 집 한 채가 보인다. 1층에 적힌 'Tokyo Apartment'란 팻말처럼 도심 속 별난 아파트를 만들고 싶었던 순조 우에다 씨의 꿈이 현실로 이뤄진 집이다.

힐튼, 하얏트 리젠시 등에서 30년간 호텔리어로 일했던 그는 지병이 있는 아내의 간호를 위해 일을 관두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그가 고안해낸 것이 아파트를 만들어 임대 수익을 내자는 것. 계획은 원대했지만 82.64m²(25평)의 협소한 대지에 아파트를 짓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순조 우에다 씨는 2006년 후지모토 소스케란 건축가를 알게 되었다 한다.

당시 무명이던 건축가는 여러 개의 주택이 박스처럼 쌓인 모형을 내놓아 우에다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설계가 완성되었는데, 자금이 부족해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건축가와 건축주의 믿음과 의지가 있었기에 2009년에 비로소 도쿄 아파트먼트가 완공되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큐브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집의 외관! 29.75m²(9평)~56.19m²(17평)까지 총 4채의 집을 쌓되, 각 주택의 내부를 반 층씩 어긋나는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쌓았기에, 비스듬히 세모 지붕 집이 올라가는 재미있는 구조가 나올 수 있었다.

"일본엔 좁고 작은 맨션과 협소 주택이 많아요. 그런데 획일적이고 네모반듯한 작은 집에서 이웃과 단절되어 자신의 세상만 보는 요즘 세대들이 안타까웠어요. 옛날 하숙집처럼 작지만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나누며 소통 가능한 아파트를 만들고 싶었고요. 마치 숍처럼 보이는 1층은 제가 사는 공간이에요. 지나가던 이웃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차 한 잔 마시는 게 일상다반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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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자 가로등보다 먼저 도쿄 아파트먼트에 불이 하나, 둘 들어왔다. 1층은 나무, 2층은 별, 3층은 벚꽃 등 각 집의 이름은 우에다 씨의 딸이 직접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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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바라본 계단. 창가 앞쪽에 사선 기둥이 반복적으로 걸려 답답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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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면 꽤 넓은 방이 또 나온다. 지붕과 맞닿아 밤하늘의 별을 세며 잠드는 이 방은 외부 계단과도 곧장 연결된다. 계단으로 또 하나의 공간을 구현한 스킵플로어 형식은 좁은 대지에 극적인 공간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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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부엌 없이 욕실 오른쪽 공간에 싱크대를 놓았다. 싱크대 역시 최대한 심플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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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방에서 문을 열면 보이는 외부 계단으로 내려가서 바로 외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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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욕실 쪽을 바라본 모습. 만약 욕실이 불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었다면 건너편 공간이 훨씬 좁아 보였을 것 같지만, 유리벽 사이로 방과 욕실이 연결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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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속이 훤히 보이는 욕실이다. 이는 순조 우에다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작은 집에 공간이 밀폐되고 쪼개지면 답답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방 안에 욕실이 있는 호텔 스위트룸의 구조를 주거 공간에 반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 발코니가 없기 때문에 욕실 내부에 세탁 건조기를 설치해두었다.


25평 대지에 4채의 집을 짓다
경계를 없앤 디자인으로 17평의 한계를 극복한 집
목조를 조립해 만든 16평 콤팩트 하우스
유니크한 분할로 공간을 넓히다


기획_홍주희, 배효정, 김현명, 오지연 사진_백경호

레몬트리 2011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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