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과 뒤뜰의 바람이 소통하는 아담하고 목가적인 농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꿈을 현실로 옮긴, 집주인 신우근 씨와 건축가 강신천 소장에게 듣는 좋은 집짓기에 대한 해답.
사진 거실에서 바라다본 다이닝 룸.
누구나 마음속에 살고 싶은 집의 이미지가 있다. 꿈꿔왔던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온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지어줄 이, 즉 건축가를 찾는 일일 것이다. 집주인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꿈을 꾸고, 건축가는 그 로망을 이끌어내 현실로 만들어낸다. 집을 짓는 동안에는 멘토와 멘터의 관계를 맺는 게 집주인과 건축가의 연이 아닐까. 강화도의 한 아담한 목조 주택의 주인 신우근 씨와 그의 로망을 현실로 바꿔준 무무건축의 강신천 소장은 집주인과 건축가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된다.
사진 시골의 정미소가 연상되는 내추럴한 목조주택에서는 푸근한 손맛이 느껴진다.
신우근 씨가 강신천 소장을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퇴직 후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던 생태학교 ‘산마을 고등학교’의 건축을 강신천 소장이 맡게 되면서부터다. 사람 좋아 뵈는 편안한 인상부터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 늦더라도 정도를 걷는, 건축에 대한 강신천 소장의 진지한 태도가 좋아보였단다. 인부들을 대할 때도 제 식구 챙기듯 하고, 돈 얘기도 잘 꺼내지 못하는 그의 순수함도 눈여겨봤다.
사진 정원으로 이어지는 데크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총총히 떠 있는 밤하늘의 별도 감상하는 낭만적인 공간이다.
은행원으로 18년간 근무하면서 시골에 아담한 집 한 채 짓고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자신의 꿈에 보다 가까운 편안한 농가를 지어줄 이로 그만한 사람도 없겠다 싶었다. 집짓는 일을 그에게 맡기겠다고 결정한 후에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았다. 믿고 맡겼으면 그만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4개월 동안 현장에 두어 번 다녀간 정도였다.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이를 알아보게 마련이다. 일일이 손으로 나사못을 돌려박아 튼튼하게 만든 외관만 봐도 꾀부리지 않고 얼마나 정성스레 지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집의 내부는 화이트 톤의 모던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좌 침실의 커다란 창과 한 그루의 나무는 한 폭의 동양화를 닮았다. 우 밤이 되면 가끔 불을 켜는 뒤뜰의 랜턴. 서정적인 시골의 정취가 느껴진다.
‘새집인데 헌집인 듯 보일 것’, 집주인 신우근 씨가 강신천 소장에게 주문한 집의 이미지다. 큰 숙제를 남긴 후 부러 현장에도 자주 오지 않는 집주인의 배려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책임감이 강해진 현장으로 기억되는 곳이 이 집이다. 집주인의 집에 대한 로망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건축가의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집을 지을 때 무엇보다 중심에 두어야 할 것은 ‘그 집에서 실제로 살 사람들’이라는 게 강신천 소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집주인의 세세한 사생활을 묻기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서재에 꽂혀 있는 책도 보고, 냉장고도 열어보고 침실도 들여다본다.
좌 정미소를 모델로 지었다는 이 집의 컨셉트를 확인시켜 주는 집의 외관. 우 거실에 연결되는 계단을 올라가면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서 본 듯한 다락방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소박하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집주인을 위해 그가 디자인한 집은 시골의 정미소에서 모티프를 얻어 완성됐다. 목재를 이용해 새것인 듯하면서도 낡아 보이는 외관은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앞마당뿐 아니라 뒤뜰도 만들었다. 집 뒤의 텃밭과 연결되는 쪽문도 만들어 몇 년 후에 농사를 지을 일에도 대비했다. 집 어디에서도 전원의 풍경을 담을 수 있게 창도 많이 냈다. 앞뒤로 열린 공간이 있다 보니 창을 열면 그곳이 곧 바람의 통로가 된다.
좌 장독대도 있고, 수돗가도 있는 아담한 뒤뜰. 오랜 준비 끝에 꿈꾸던 전원 생활을 시작하는 집주인을 위해 만든 강신천 소장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우 몇 년 후엔 농사도 지을 예정인 집주인을 위해 뒤뜰에서 농지로 연결되는 작은 문을 냈다.
신우근 씨에게 이 집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듯 무심하게 서 있는 것도 좋고, 요란한 장식 없이 단순하고 소박한 디자인도 맘에 든다. 집을 먼저 지어 본 선배로서 그가 말하는 좋은 건축가 찾기 노하우. 첫째, 자기가 원하는 집을 구현해 줄 감각을 지닌 건축가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과 둘째, 일단 건축가를 결정하면 믿음을 갖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문의 스튜디오 비우스(031-782-7949)
사진 다락에서 바라본 거실. 집의 외관에 맞춰 우드 톤의 가구로 차분하고 내추럴하게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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