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슼충이는 죄인이다. ◆◆◆

나는 SK팬이다.

이 상황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나 SK팬입니다'하고 글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야구에 관심이 있건 없건 SK를 응원하면 사람들은 슼충이라 부른다.

그래서 나 역시 슼충이인가보다.

SK는 유난히 구설수에 많이 오른다.

좋게 보는 사람들은 '1위를 독주하니깐 배아파서 시기하고 질투하는거야! 신경꺼'라고 하며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너희들의 됨됨이 때문이야, 성적은 상관없어 매너가 문제야'라고 한다. 그리고 야구의 '야'자도 모른체 하루의 일과를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 전반에 대한 악플로 지내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유독 작년부터 올해까지 SK가 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가?

팬이 보는 입장은 위의 이유 둘 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논외로 하자)

하지만 1위라는 이유로 욕을 먹는건 감당할 수 있다.

혹자가 예를 든것처럼, 과거 잘나가던 팀치고 욕먹지 않은 팀은 없으니까..라고 위안삼을 수도 있다.

또한 김성근 감독 스타일의 야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틀린 방식'이 아니라 그들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벌어지는 비매너적인 행동이나 추태는 분명 '다른 방식'이 아니라 '틀린 방식'이다.

그것은 'SK니깐 별 걸 다 욕먹네'하는 피해의식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즉, SK가 아니더라도 어느 팀에 소속되었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응당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SK팬이랍시고 SK만 뜯어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SK팬들이 내세우는 '임준혁-이대형 사건'이나, '강우노게임을 두고 벌인 한화-기아전의 추태' 등 타 구단에서도 분명 '다른 방식'이 아니라 '틀린 방식'이 종종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왜 SK만 욕을 하느냐? 그러는 니들은? 이라는 분풀이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누가 잘못했고, 누구의 잘못이 크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왜냐?

'다른'의 문제라면 상대적인 비교가 성립하겠지만,

'틀린'의 문제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즉, 누구보다의 우위의 문제와 누구냐의 주체의 문제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 SK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분명 원인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정근우의 스파이크 사건을 비롯해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이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구단프론트도 너무 멍청했다.

굳이 좋게 평가하자면, '야구 하나 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라 다른건 신경쓰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은 그들을 야구하느라 바쁘고, 훈련하느라 죽겠고, 야구밖에 몰라서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야구 하나를 위해서, 승부 하나를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 야구기계로만 생각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SK에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들은 분명 타 구단에서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때문에 SK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만 이러는거 아닌데 뭘... 다른 팀들도 그렇다고 해서 나서서 사과하진 않잖냐'

하지만 SK를 바라보는 비호감의 시선들은 이내 비매너와 몰상식의 경우없는 행동으로 비호감을 넘어 분노와 경멸로 이어지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제 하염없이 비난과 욕설의 융단폭격에 온몸에 부서져도 누구 하나 SK를 위해 말 한 마디 뻥끗 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죽어라고 노력하고 땀흘려서 좋은 성적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선수의 유니폼에 SK가 새겨져 있다면 단지 그 하나의 이유로 선수들은 욕을 먹는다.

밤을 새고 고심해서 작전을 짜고, 선수를 키워내서 경기에 투입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코치와 감독은 단지 SK라는 이유로 욕을 먹는다.

어떤 팬은 자신의 고향팀을 응원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희열을 느끼는데, 나같은 사람들은 단지 응원하는 팀이 SK라는 이유로 슼충이가 되버린다.

SK억울하다! 너무한거 아니냐? 이렇게 징징짜고 싶지 않다.

왜냐? 잘못한게 있으면 욕먹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우리 선수가 잘못했다면 우리라도 먼저 나서서 비판을 해야 하는게 진정한 팬사랑 아닌가?

그런데 슼충이는 죄인이다.

개념없는 예의없는 몇 명 덕분에,

동료들은 국대는 커녕 올스타에 언급되기만 해도 실력과는 상관없이 단지 SK라서 안된다는 욕을 먹고,

팬들은 남들처럼 소박하게 그저 야구 소감을 올렸을 뿐이데,

뼛속까지 빨갛다는 빨갱이 취급을 받는 슼충이가 되버린다.

이런 팀 차라리 해체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미치겠다.

오죽 이렇게 답답할까?

야구보면서 응원하는 팀을 보고 절망하고 분노하기는 처음이다.

슼충이는 죄인이다.

야구가 좋아서 야구장을 찾고,

SK가 좋아서 연안부두를 부르며 박수치고 막대풍선 두들겼을뿐인데,

슼충이는 천하의 몹쓸놈이 되어 버렸다.

7개구단으로부터 왕따와 멸시를 받는,

하고 싶은 말도 두 번 세 번 생각하며 혹시라도 욕먹지는 않을까 고민하며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슼충이는 죄인이다.

SK에게 요구한다!!!

유야무야 덮지 마라!

잘못한놈 있으면 감독이든 코치든 선수든 누구라도 나와서 석고대죄하라!

니들이 1승에 눈멀어서 위아래도 모르는 야구계의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변칙과 꼼수가 아닌 땀과 눈물로 오늘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떳떳하게!

공개석상에서  석고대죄하고!

욕먹을건 욕먹고 사과할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건 구해라!

피해봐야 밀어내기 볼넷 뿐이다.

잘못한걸 덮어두면 사기진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SK를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요,

얼마 안되는 나같은 SK팬도 환멸을 느끼며 떨어져 나가게 되는 나쁜! 계기가 될 것이다.

SK라는 이유로 싸잡아 욕먹는 것!

억울하다!

슼충이는 죄인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떳떳하게 'SK팬입니다!'하면서 야구장에 가고 싶다!

부탁이다!

맑은하늘 씀